[윤수용 변호사] 공리주의 정책

  • 14/05/2022
  • By PerthInside (10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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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필자는 이 교수의 강의를 듣고 무척 감명을 받은 바 있어 개인적 대화 주제로 자주 이야기를 하곤 한다.  

특히 공리주의에 입각한 정의론에 있어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들이 많이 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여 다른 다수의 환자를 살리는 경우, 또는 5명을 살리기 위하여 2명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등 우리가 쉽게 다수의 이익을 위한답시고 소수의 권익을 무참하게 짓밟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매우 어려운 윤리적 상황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에는 임신중절수술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는데 그중 모자보건법 제14조의 1을 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우생학적으로 열성인 경우는 임신중절수술을 통하여 그 싹을 잘라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고대 철학자 플라톤(Platon)이 자신의 책 『국가』(Politeia, 기원전 374년)에서 주장한 바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훌륭한 남자는 될 수 있는 대로 가장 훌륭한 여자와 동침시켜야" 하며,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양육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내다 버려야 하며, 고칠 수 없는 정신병에 걸린 자와 천성적으로 부패한 자는 죽여버려야 한다." 

사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주장한 우생학적 생각은 우리 인류에게는 인종차별의 근거가 되어 역사적으로 수많은 인권이 탄압되었다.   

만일 우생학적 사고가 옳다고 본다면 백인 보다는 흑인을 우월한 인종으로 보아 백인의 번성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존에 있어 하얀색 피부보다는 인간이 항상 마주할 수밖에 없는 햇빛과 자외선에 더 뛰어난 저항성(멜라닌)을 가지는 흑색 피부가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비인륜적이었는가는 1924년도의 미국 단종법을 보면 알 수 있다. 1974년까지 시행된 이 법은 50년간 약 6만 5천명이 강제로 불임시술을 받은 바 있다. 이 법의 첫 피해자는 샬럿츠빌의 캐리 벅이란 여성으로 어머니가 정신병자란 이유로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 17세때 조카에게 성폭행 당하여 임신했다. 하지만 양부모는 그녀를 생모가 있는 수용소로 보냈고 출산한 아이조차 빼앗겼다. 수용소 측은 버지니아주의 단종법에 따라 벅에 대한 거세수술을 시도했다. 이에 반대하여 법원에 호소하였지만, 1927년 대법원은 "3대에 걸친 저능아라면 이유가 충분하다"며 단종법이 "다수의 안전과 복지를 추구한다는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며 벅에 대한 강제 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했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벅 할머니에 대한 잘못을 뒤늦게나마 시인하는 결의안을 2002년도에야 통과시켰다.  그리고 4년뒤인 2006년에는 주 상원에 벅 할머니 성폭행범에 대해 거세형을 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과오를 인정했지만 벅 할머니는 통한을 안고 이미 훨씬 전에 세상을 떠난 뒤였다. 

1958년 미국에서는 다른 인종과 백인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는데 워싱턴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백인 남성(러빙)과 흑인 여성(밀드레드 지터)가 이 법을 어겼다며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주 법원은 이 둘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하였다. 러빙은 버지니아 주 대법원에 항소하였고, 대법원은 1967.6월에 “주 법이 개인의 삶과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4조에 어긋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의 27개 주는 당시 인종을 차별하는 결혼관련법을 모두 바꾸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게르만 족만이 우월하고 다른 민족은 열등하다'라고 믿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세상은 우월한 게르만 족이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국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같은 열등한 인종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홀로코스트를 다수의 이익을 위한 올바른 행동으로 믿었다. 2차대전 종전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은 미국의 단종법을 판례로 인용하며 자신들의 유대인 학살정책을 옹호하기도 하였지만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주의 경우, 1910년부터 1970년까지 호주 정부는 원주민이 호주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동화정책을 써 왔다. 이 동화 정책의 일환으로 호주 정부는 수많은 호주 원주민의 자녀들을 강제로 부모와 격리시켜 호주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시켰다. 이것을 호주 역사에서는 “빼앗긴 세대” (the Stolen Generation)라고 부른다. 

이 동화정책은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열등하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원주민들은 자연 도태되어 멸종되거나 아니면 백인 사회에 동화되도록 해아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다. 부모로부터 격리된 원주민 아이들은 부모의 문화와 관습을 버리고, 백인문화에 적응되도록 교육받았다. 그 결과 그들은 일제시대 조선인 창씨 개명과 같이 부모가 지어준 자기 이름을 개명 하여야 되었고 자신들의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일부는 백인 가정에 입양이 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은 시설에 보내어져서 방치되거나 학대 당하는 것이 예사였다.  

 

한국은 어땠을까?  오늘날 한센병이라고 부르는 나병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3년 조선우생협회를 창립하여 조선의 나병환자들을, 살아서는 나갈 수 없다는 소록도라는 섬에 모두 격리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소록도에서 정착하여 살면서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를 낳지 못하게 강제로 낙태시키고, 남자들은 정관을 절제하여 나병환자들의 자녀가 더 이상 태어나지 못하도록 하였다. 심지어는 사산아 시신들을 유리병에 담은 참혹한 장면을 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더 이상 임신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였다고도 한다. 

해방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의 공리주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아 소록도를 포함하여 전국에 나병환자 수용소를 만들어 이들을 격리 수용하고, 심지어는 나병환자가 되기 전에 낳은 자식들까지 강제 분리시켜 고아원이나 시설로 보냈으며, 이들은 일반학교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수용소에서 몰래 임신하여 출산일이 다가오는 임신부들의 경우 손발이 모두 갖춘 태아를 죽이고 사산하도록 하였으며, 그 아이를 임산부에게 직접 내다 버리도록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인류는 실수를 하면서도 발전을 하였다. 독일의 2차대전 전범들은 모두 처벌받았고 독일 정부는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단종법을 폐지하였고, 결혼관련법도 모두 개선하였다.  

 

호주 정부는 1995년도에 이 아동분리정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고, 조사결과 약 10-33%의 원주민 자녀들이 부모와 강제로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당시의 사회정서와 가치관을 반영하더라도 이것은 기본적인 인권 탄압 정책이었다며, 2008년 2월에 호주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사과를 하였다.

 

일본도 고이즈미 수상이 집권할 당시인 2001년경 전 한센병 환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과거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 격리시키는 일본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한다고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하자 고이즈미 수상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본정부는 정식으로 이들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과거 강제 단종.낙태 피해를 입은 일부 한센병 환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국가 배상을 인정하는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박근혜 정부는 이들이 자진 단종.낙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소하였다. 아마 아버지 박정희 정권시절의 일이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들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Soo Yong (Bruce)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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