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면 안되는 나라

  • 15/11/2021
  • By PerthInside (2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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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들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부르는데 유엔의 자유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음에도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이 두 조항을 모두 합헌으로 결정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2017년 8월 반려견의 치료를 맡겼다가 수의사의 실수로 사랑하는 반려견이 실명의 위기를 겪게 되자 견주 이모씨는 반려견을 치료했던 수의사의 실명과 잘못된 치료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을 발간하여 인터넷에 게시하였다. 그 결과 이 모 씨는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되자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형법 제307조가 보호하는 인격권을 표현의 자유와 견주어 우열을 쉽게 단정할 수 없으나 최종적으로 ‘인격권’의 손을 들어줬다.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그 사회적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외적 명예라는 보호법익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연한 사실 적시를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면서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형법 제310조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 출생으로서 한국사회의 문화와 관습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법과 제도를 좀 더 전향적으로 바꾸어도 될 정도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높아진 국민들의 의식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여전히 국민들의 법감정과 괴리를 보이는 부분이 많이 있다. 국민들이 수긍할 수 없는 판결문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여전히 전관예우로 건당수임료가 수억 또는 수십억씩하는 현재의 상황과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거의 모두 무죄를 받은 사실들, 등등 이러한 현상을 일부 국민들은 마피아에서 빗대어 법피아라고 부를 정도이다. 

물론 형법 제310조가 있으니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 받을 일이 없다고 하겠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속출할 수 있는지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과거 분유 멜라닌 파동이 일어 났을 때 멜라닌 함유된 분유사의 이름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못하여 M사라고 하였더니 국내의 모든 분유사가 멜라닌 함유된 제품사로 비난 받아 좋은 상품을 생산했던 회사들까지 큰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또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마당에 형법 제310조의 판단 역시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되어 있으니 표현의 자유가 판사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어 “닭머리”로 그림을 그렸던 홍성담 화백에 대하여 법원은 명예훼손으로 판결한 판면, 현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여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형편성없는 법원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을 주게 되면, 법과 원칙에 의한 판결이 아니라 이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정치적 판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법 역사상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하여 출세한 법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군사독재시절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한 간첩피고인들을 법정에 데려 오면 무자비하게 유죄판결을 내려 출세한 법관이 바로 지난 20대 국회의 여상규 법사위원장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고문에 의하여 간첩단사건으로 조작되어 법정에 끌려온 김정인에게 사실 판단없이 사형선고를 내렸고 1981년 10월 31일 김정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후 30년 뒤 진실 위의 활동으로 허위. 날조된 간첩단 사건이 밝혀졌고 재심에서 김정인은 무죄를 받았으나 이미 김정인은 죽은 뒤였다.   

이에 대하여 2018년 1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팀에서 여상규 의원에게 “당신의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은 느끼지 못하나?”라고 전화로 묻자 여상규는 버럭 화를 내며 이렇게 답했다. 

“웃기고 앉아 있네, 이 양반 정말!”

참고로 여상규는 현재 대한민국 반헌법행위자 검토대상자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 중에는 과거의 악행으로 출세하여 국회의원이나 고위직에 진출한 사람들이 있다.   국민들의 법과 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할 사법부가 굳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고자 하는 숨은 이유는, 수많은 반민족, 친일분자들이 출세하여 과거를 숨기고 훌륭한 사람 인 척 잘 살고 있는 그들의 과거 악행을 들추어 낸다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명예훼손죄로 입막음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OECD국가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우리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Soo Yong (Bruce) YOON 

CHAN GA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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