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용 변호사] 한국 검찰의 수사능력

  • 09/11/2020
  • By PerthInside (203.111.***.***)
  • 43 Views

b6756bb5e21afabd64088dd8ba09d2d8_1604910
 

형사사건에서 증거 능력은 한치의 의심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영.미법의 대원칙이다. 이는 영.미법 체계를 가진 호주법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호주에서 한 사람을 형사기소하기란 쉽지 않다. 

 

2014년 땅콩회항사건의 조현아를 한국검찰이 사건발생 몇 개월 만에 기소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을 보고 필자는 호주법 시각에서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만일 호주에서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다면, 조현아를 기소하기 까지 1년은 족히 걸릴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2001년 당시 17세 여고생이었던 한 소녀가 드들강에서 스타킹만 신은 채 나체로 물위에 엎어져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 소녀의 동생 증언에 따르면 언니가 그 전날 휴대전화를 잃어 버렸기 때문에 누구의 연락을 받은 것도 아닌데 새벽 1시경 일어나 옷을 입고는 외출한 이후로 다음날 아침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시신에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였고, 부검결과 한 남성의 정액이 나와 DNA를 검출함으로써 이 DNA의 주인만 찾으면 사건은 간단히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소녀의 남자친구를 포함 주변 남성 약 200 여명의 남성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DNA 대조를 하였지만 누구도 일치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2011년 한국정부가 재소자들을 상대로 주요 범죄의 DNA 검사를 허락하는 소위 DNA법을 만들어 전국 재소자들의 DNA를 조사한 바, 뜻밖에도 전당포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한 재소자의 DNA가 이 소녀의 몸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경찰 조사결과 이 재소자는 “드들강”은 자주 다녀서 잘 알고 있지만 이 소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성관계도 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DNA 검사결과를 보여주자 이 재소자는 태도를 돌변하여 변호사의 선임없이는 더 이상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절하였고, 담당 경찰은 이 재소자를 성폭행 및 살인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검찰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재소자를 다시 심문하게 되자 이 재소자는 말을 바꾸어 자신은 수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하였기 때문에 이 피해소녀도 그 중의 한 여자일 수 있겠으나 자신이 이 소녀를 살해한 사람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검찰은 이 재소자의 말을 믿고 성폭행 및 살해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은 현재 나주경찰서에서 재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이미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무기수인데다 성관계 시간과 사망한 시간의 차이는 몇 시간에서 최대 3일까지의 공백이 있어 실제 성관계만 갖고 살해는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성관계의 사실만으로 살해를 입증할 수 없다고 보아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 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검찰의 이러한 결정은 매우 성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형사사건에서 한치의 의심도 없는 증거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모든 상황증거가 이 재소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첫째, 이 소녀는 서로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어 일면식도 없는 이 재소자와 성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었고, 둘째 부검의 설명에 따르면 허벅지 등에 쓸어내린 흔적 등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질 때 강제로 팬티를 벗기려고 할 때 흔히 발생하는 정도이며, 셋째 당시 미성년자인 이 소녀가 이동수단도 없이 새벽 1시에 드들강까지 이동한 것은 범인의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여지며, 넷째 일면식도 없는 범인의 차량에서 이동중 저항한 흔적은 없어 보인다는 부검의 소견으로 보아 차량탑승과 드들강변 이동까지는 이 소녀와 범인의 사이가 우호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범인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면 이는 필시 이 소녀와 비슷한 연배이면서 호감형 외모에 운전을 할 수 있는 년령대로서 약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며, 다섯째, 사망후 시신의 옷을 모두 벗기고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으로 된 작은 실반지 하나까지 빼내어 갈 정도이면 적어도 초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범행 당시 이 재소자의 행태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재소자의 나이는 20대 중반의 훤칠한 미남형이었고, 이미 여러 차례 절도 행각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상습범이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변 상황 증거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10명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형사사건 처리 대원칙에 따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이해가 되나 이 사건에 대하여 좀 더 철저한 수사를 하지는 못했다는 의혹이 들었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검찰과 기소만을 하고 있는 호주검찰을 비교해 보면 한국검찰의 경우 자신의 기소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호주에서는 경찰에서 아무리 철저한 수사를 해서 기소를 해도 검찰에서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면 기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호주의 형사절차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Soo Yong (Bruce) YOON 

CHAN GALIC

Barristers, Solicitors & Notary Public

50 Melville Parade SOUTH PERTH WA 6151

T:(08) 9325 2611, F:(08) 9325 2811